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겪는 재정 집행의 딜레마를 아시나요?
우리 같은 회계 담당자들에게 계약은 늘 어렵고 조심스러운 영역이죠. 특히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계속계약 업무는 더욱 그렇습니다. 당초 계획에 따라 1차, 2차, 3차 차수별계약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예상치 않게 예산이 남았거나 다음 연도 예산이 일찍 확보되는 경우가 생기죠. 이럴 때 ‘남은 차수별계약을 설계변경을 통해 한 번에 묶어서 처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효율적인 예산 집행과 사업의 연속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혹시 지방계약법이나 회계예규에 어긋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서죠.
저도 20년 가까이 이 분야에서 일하며 수많은 계약서를 들여다봤지만, 법령은 명확한 해답 대신 유연성을 이야기할 때가 많았습니다. 오늘은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해 지방계약법과 실무적인 해석을 통해 명쾌한 해답을 찾아보겠습니다.
1. 장기계속계약의 기본 이해와 차수별계약의 원칙
장기계속계약은 공사, 제조, 용역 등 계약 이행에 수년이 걸리는 사업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계약 방식입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계약의 총액(총공사금액)을 먼저 정하여 낙찰자를 결정하되, 실제 계약은 매년 예산 범위 내에서 차수별계약으로 나누어 체결한다는 점입니다.
<장기계속계약의 특징>
- 총액 확정: 입찰을 통해 계약금액 전체가 결정됩니다. 이 총액은 제1차 계약 시 계약서에 부기됩니다.
- 연차별 집행: 실제 예산 집행은 매 회계연도의 예산 범위 내에서 별도의 차수별계약을 체결하여 이행합니다.
- 보증 기간: 원칙적으로 차수별계약마다 하자담보책임의 존속기간을 설정해야 하지만, 책임 구분이 어려운 경우에는 총계약에 대해 한 번에 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장기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추진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유연성 부족이 항상 고민거리였죠.
📌 경험 기반 팁: 차수별계약이 진행되는 동안 물가 변동이나 기타 사유로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한다면, 해당 차수의 준공 대가를 수령하기 전까지만 조정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행정 절차를 놓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2. 차수별계약을 설계변경을 통해 통합할 수 있을까요?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가능하다’**입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통합은 아니며, 지방계약법의 큰 틀과 회계예규의 유연한 해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방계약법상 장기계속계약에서 다음 차수 차수별계약의 예산이 조기에 확보되었을 경우, 그 금액을 현재 진행 중인 차수 계약에 설계변경을 통해 통합하여 집행하는 것에 대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통합의 논리적 근거>
- 계약 자유의 원칙: 지방계약법은 계약 당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합의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해야 함을 명시합니다. 따라서 계약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 당사자(지자체와 계약상대자)가 설계변경을 통해 통합에 협의할 수 있습니다.
- 효율적인 사업 추진: 회계예규는 경비를 절약하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공사, 용역, 물품 등의 계약을 통합하여 발주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다음 차수 예산을 미리 확보하여 사업을 조기에 완성하는 것은 분명히 효율적인 사업 추진에 해당합니다.
📌 실무 팁: 통합의 적법성 확보 통합 진행을 위해서는 단순한 ‘예산이 남아서’가 아닌, 설계변경 사유에 해당해야 합니다. 설계변경은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할 때 가능합니다:
-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누락/오류, 또는 상호 모순되는 경우.
- 공사 현장의 상태가 설계서와 다를 경우.
- 새로운 기술/공법 사용으로 공사비 절감이나 시공 기간 단축 효과가 현저할 경우.
- 그 밖에 발주기관이 설계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 네 번째 사유가 실무적으로 통합 진행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통합 진행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긴급한 공사 수행이 필요하거나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등 ‘긴급성’을 명확히 하고, 설계변경 완료 전에 우선 시공 협의를 진행하는 절차입니다.

3. 통합 설계변경 시 계약금액 조정과 회계예규 준수
장기계속계약을 설계변경으로 통합하는 경우, 계약금액 조정은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74조와 관련 회계예규의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계약금액 조정 원칙>
- 단가 적용: 증감된 공사량에 대한 단가는 원칙적으로 산출내역서상의 계약단가를 적용합니다. 다만, 계약단가가 예정가격 단가보다 높은데 물량이 증가하는 경우, 그 증가분에 대해서는 예정가격 단가를 적용합니다.
- 협의 단가 (증가분/신규비목): 발주기관이 설계변경을 요구한 경우(계약상대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 포함), 증가된 물량이나 신규 비목의 단가는 설계변경 당시의 가격과 그 가격에 낙찰률을 곱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계약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만약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특정 계산식([설계 변경 당시 산정한 단가 + (설계 변경 당시 산정한 단가 × 낙찰률)] × 50/100)에 따라 산정됩니다.
📌 통합 시 계약상대자의 책임 범위 만약 당초 1인 견적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공사였다면, 계약상대자가 직접 작성하여 제출한 산출내역서의 물량에 대한 책임은 계약상대자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산출내역서 물량 변경만으로는 설계변경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타당합니다. 통합을 위한 설계변경은 반드시 설계서의 불분명, 누락, 오류 등 발주처가 제공한 설계서상의 문제에 기인해야 합니다.
<회계예규에 따른 계약 유연성 활용>
회계예규의 정신은 경비 절약 및 사업 효율화입니다. 장기계속계약의 차수별계약을 통합하는 것은 이 원칙에 부합할 수 있으나, 계약의 목적과 본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격한 한계가 따릅니다.
주의사항: 설계변경은 설계서 자체를 변경해야 하며, 단가 산출서, 수량 산출서, 일위대가표 등은 설계서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이들 자료에 오류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설계변경의 요인이 되지 못합니다. 통합 절차 전후로 모든 계약문서 및 설계서가 일관성 있게 보완되고 기록되어야 함을 잊지 마세요.

마무리하며: 효율성과 투명성을 모두 잡는 계약 관리
장기계속계약에서 차수별계약을 설계변경을 통해 통합하는 것은 지방계약법의 틀 안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계약의 본질을 지키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담당하는 모든 계약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공공 재정의 신뢰를 담보합니다. 통합을 결정하기 전에, 다음 차수 계약 금액이 설계변경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는지, 그리고 계약 상대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는지 꼼꼼히 확인하세요. 이 작은 노력이 결국 성공적인 사업 완료로 이어질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장기계속계약에서 통합 진행 후, 최종 계약 금액이 원래 총공사금액을 초과해도 되나요? A: 장기계속계약의 총공사금액은 부기금액으로서, 설계변경이나 물가 변동 등의 적법한 사유가 발생하면 조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계변경을 통해 차수별계약을 통합하여 계약 금액이 증가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조정 사유에 해당한다면 가능합니다.
Q2. 설계변경은 시공 후에 발견된 내용에 대해서도 가능한가요? A: 설계변경은 원칙적으로 변경이 필요한 부분의 시공 전에 완료되어야 합니다. 다만, 공정 이행의 지연으로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등 긴급하게 시공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경우 계약 담당자가 협의를 통해 우선 시공을 지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시공 후에도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청구는 가능합니다. 조정 청구는 해당 차수의 준공 대가 수령 전까지만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