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사나 용역을 진행하다 보면, 처음 계획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마주할 때가 참 많습니다. 특히 우리 실무자들을 가장 곤란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1식 단가’로 묶여 있는 계약 항목들입니다.
“어? 이거 분명히 1식으로 계약했는데, 현장 상황이 바뀌어서 투입되는 장비나 인력이 훨씬 늘어났잖아? 이거 설계 변경해서 계약금액 조정을 받을 수 있는 건가?”
아마 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도 지금 비슷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고 계실 텐데요. 1식 단가는 왠지 금액이 고정되어 있어서 손해를 보더라도 그냥 안고 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1식 단가도 당당하게 설계 변경 및 계약금액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10년 넘게 계약 실무를 보며 얻은 경험과 정확한 회계예규를 바탕으로, 여러분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드리겠습니다.

1. 실무자를 울리는 ‘1식 단가’란 도대체 무엇일까?
건설 공사나 용역 내역서를 살펴보다 보면, 세부적인 수량이나 단가가 쪼개져 있지 않고 ‘1식(一式)’이라고 뭉뚱그려져 있는 항목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장 가설사무소 설치 1식’, ‘중기 운반비 1식’처럼 세세하게 공종별로 단가를 산정하기 애매하거나 복잡한 경우에 편의상 총계 방식으로 묶어놓은 것을 말하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발주처도, 시공사도 “1식은 그냥 통으로 묶은 거니까 물량이 조금 늘든 줄든 그 금액으로 알아서 다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오해를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식 단가라고 해서 무조건 변경이 불가능한 ‘성역’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회계예규가 있으니까요.
2. 1식 단가 항목, 구성 내용이 바뀌면 설계 변경(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할까?
가장 궁금해하시는 핵심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네, 1식 단가로 계약된 항목이라도 설계도면이나 공사설계설명서(시방서)가 변경되어 그 구성 내용이 바뀌었다면 설계 변경 및 계약금액 조정을 해야 합니다.
이건 저의 개인적인 주장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에서 발행한 명확한 법적 근거에 기반한 사실입니다.
[핵심 회계예규 근거]
행정안전부 예규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제13장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7절 ‘1-사’ “일부 공종의 단가가 세부공종별로 분류되어 작성되지 아니하고 총계방식으로 작성(이하 ‘1식 단가’라 한다)되어 있는 경우에도 설계도면이나 공사설계설명서가 변경되어 1식 단가의 구성내용이 변경되는 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한다.“
정말 속이 다 시원해지는 문구 아닌가요? 즉, 1식 단가 안에 포함되어 있던 원래의 작업 내용(설계도면, 시방서 기준)이 발주처의 요구나 현장 여건의 변동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변경되었다면, 정당하게 계약금액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의할 점: 단순한 ‘내역서 누락’이나 ‘수량 계산 착오’는 조심하세요!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설계도면이나 시방서(설계서) 자체는 그대로인데, 입찰할 때 계약상대자가 스스로 수량을 잘못 계산했거나 일위대가표 상의 단가 계산을 착오한 사유만으로는 설계 변경이 어렵습니다. 반드시 기준이 되는 ‘설계서(도면, 시방서 등)’ 자체가 변경되어 구성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3. 설계 변경 및 계약금액 조정을 받기 위한 핵심 ‘골든타임’
“아싸! 법적으로 받을 수 있구나!” 하고 마음 푹 놓고 계시면 안 됩니다. 이 바닥(?) 생리가 그렇듯,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합니다. 설계 변경을 통해 계약금액 조정을 받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회계예규 상의 절차와 타이밍이 존재합니다.
- 시공 전 통지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1식 단가의 구성 내용이 설계서와 다르게 변경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반드시 그 변경된 부분을 ‘시공하기 전’에 계약담당자와 공사감독관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일단 바쁘니까 먼저 공사해 놓고 나중에 돈 더 달라고 해야지~”라고 생각하시면 나중에 정말 큰일 납니다. 원칙적으로 사전 통지 없이 임의로 시공한 부분은 보상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 발주처의 현장 확인 및 설계서 변경 지시 통지를 받은 계약담당자는 즉시 현장을 확인하고,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설계서를 보완하거나 변경 지시를 내립니다. 이때 발주처가 인정하고 승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1식 단가에 대한 계약금액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 기한: 준공대가 수령 전까지 청구 계약금액 조정 청구는 늦어도 준공대가(장기계속공사의 경우 각 차수별 준공대가)를 수령하기 전에 완료해야 합니다. 이미 준공금 다 받고 계약이 끝난 뒤에 “생각해 보니 그때 1식 단가 손해 봤어!”라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4. 실무 선배가 알려주는 1식 단가 분쟁 해결 꿀팁
저도 예전에 중기 운반비 1식 항목 때문에 발주처 감독관님과 며칠을 씨름했던 기억이 납니다. 현장 진입로가 도면과 달라 소형 장비로 여러 번 나눠서 운반해야 했거든요. 그때 제가 썼던 방법을 공유해 드릴게요.
- 첫째, 설계도면과 실제 현장의 ‘차이점’을 명확히 문서화하세요. 단순히 “돈이 더 들어요”가 아니라, “도면상에는 A방식이었는데, 현장 여건상 B방식으로 변경(구성 내용 변경)되어야 합니다”라는 객관적인 근거(사진, 관련 법령, 공문)를 제시해야 발주처도 설계 변경을 승인해 줄 명분이 생깁니다.
- 둘째, 1식 단가의 구성을 쪼개서 보여주세요. 비록 계약서에는 1식으로 되어 있지만, 협의를 할 때는 그 1식이 원래 어떤 세부 항목(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어떤 부분이 추가/삭제되었는지 산출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협상에 훨씬 유리합니다.
5. 결론: 정당한 땀의 대가, 꼼꼼한 예규 확인에서 시작됩니다
자, 이제 1식 단가라고 해서 무조건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셔도 되겠죠?
요약하자면, 설계도면이나 공사설계설명서가 변경되어 1식 단가의 구성 내용이 바뀌었다면, 회계예규에 따라 정당하게 설계 변경 및 계약금액 조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단, 반드시 **’시공 전 사전 통지’**와 **’준공금 수령 전 청구’**라는 골든타임을 잊지 마세요.
복잡한 계약 업무 속에서도 이 글이 여러분의 권리를 지키고, 현장을 원활하게 이끄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규정과 예규를 무기 삼아 당당하게 업무를 풀어나가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Q1. 1식 단가로 입찰할 때 제가 수량 계산을 실수해서 적게 적어냈습니다. 이것도 설계 변경으로 계약금액 조정을 받을 수 있나요?
A1. 안타깝지만 어렵습니다. 발주처가 교부한 설계서(도면, 시방서 등) 자체에 변경이 없고, 단지 계약상대자의 산출내역서 상의 수량 착오나 계산 오류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계약금액을 증액할 수 없습니다. 기준은 항상 ‘설계서의 변경’ 유무입니다.
Q2. 이미 공사가 너무 급해서 1식 단가 구성이 변경된 채로 시공을 마쳐버렸습니다. 지금이라도 설계 변경을 요청할 수 있을까요?
A2. 원칙적으로 설계 변경은 ‘시공 전’에 완료해야 합니다. 다만, 공정 지연으로 인한 품질 저하 등 긴급한 사유로 ‘발주처(계약담당자)와 사전에 협의하여 우선 시공 지시’를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후 정산이 가능합니다. 임의 시공은 인정받기 매우 까다로우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